차가운 겨울바다에 치마폭 드리운 을왕리 선녀바위
차가운 겨울바다에 치마폭 드리운 을왕리 선녀바위
그 동안 매일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정신없이 돌고돌고 정신없이 살았다.
시간이 어찌 가는 줄도 모르고 종소리에 맞춰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12월의 마지막날이 되었다.
한 해를 잘 겨뎌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면서 하루 종일 비몽사몽이다.
이틀 동안 집 밖에도 안 나가고 방콕했더니 오늘은 못 견디겠다.
늦으막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밖에 나가자고 졸라 동서남북 방향을 정한다.
모두 강화도가 좋다고 한다.
강화도로 향하다가 문득 세차를 깨끗이 해 놨는데 구제역 방역이라도 하면 차에 온통 소독약 투성이가 될까 염려되어 영종도로 향한다.
밀물 때인지라 제법 볼 만하다.
영종도에 도착하니 오후 2시 40분
유명하다는 칼국수집에 들어가려 하니 30~40분은 기다려야 한단다.
언젠가도 1시간 20분을 기다려 칼국수를 먹었는데 오늘은 기다리기가 싫다.
바로 선녀바위로 향한다.
쌀쌀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서 있으니 속까지 시원하다.
차가운 바람에 쓸려가서 그런지 먼지하나 없이 깨끗한 하늘엔 파란 물감이 쏟아질 듯 하다.
아~~~정말로 시원하고 좋다.
오랫만에 맛보는 여유!!!!
밀물 때라 파도소리도 시원하고 찰싹찰싹 부딪치는 파도를 피해 이리저리 뛰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도 참으로 귀엽다.
어른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바위가 마치 치마를 입고 서 있는 여인의 모습 같다.
한참을 지체하고 나니 날이 어두워진다.
물이 아까보다도 많이 빠져 나갔다. 썰물 때인가 보다.
겨울바다의 찬 바람도 좋고 깨끗한 바닷물이라서 더욱 좋다.
갈매기도 신이 나서 수영을 한다.
추위 따윈 겁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백사장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자동차도 보인다.
고운 모래가 있어 여름철에 아이들이 놀기에 그만이다.
겨울 바다도 매력이 있다. 동해의 거친 파도는 아니라할지라도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도 참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색이 참 곱다. 날씨가 추워 바람에 모든 게 날아갔는지 깨끗해서 더더욱 좋다.
늦은 점심을 먹고 일몰을 구경하러 왔더니 구름층이 두텁다. 과연 멋진 낙조를 볼 수 있을까?
구름을 헤치고 해가 잠깐 비치더니 이내 구름 속으로 숨어 버린다.
오늘은 짙은 구름 탓에 제대로 된 해넘이를 보기 힘들겠다.
카메라에 삼각대를 걸고 제대로 자세 잡고 있는 이도 보인다.
짙은 구름 속에 햇기운이 조금 보인다.
아쉽게도 해는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햇기운만 조금 남아있다.
한여름엔 그리도 인기가 있던 샤워장이 오늘은 쓸쓸하다.
바닷가에 군고구마통이 이색적이다.
찾는 이 없는 군고구마통이 외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