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비둘기
우리집은 정남향으로 아파트 6층에 자리하고 있다.
햇살이 좋아서 그런지 비둘기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살고 있다.
1년에 몇차례씩 새끼를 쳐나간다.
어느날 에어컨 실외기 위에 다정한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왜 노래가사에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이라 했는지 알 것 같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후로 알을 낳고 구구거리며 새끼를 낳아 기른다.
비둘기 똥 때문에 베란다 창문을 열지 못하지만 생명의 탄생이 신비롭고 아름다워 그냥 지켜보고 있다.
창문을 여니 경계의 눈빛을 띄더니 이내 안정을 찾는다.
알을 2개 낳았다.
이 녀석들 많이 자랐다.
벌써 이렇게 자랐다.
제법 자라 다 자랐다.
제법 또랑해졌다.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산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이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쫒기는 새가 되었다.
출전 : 현대시, 필수 아이템,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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