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좋은 글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무지개_느티 2017. 2. 7. 20:46

우리집 비둘기

우리집은 정남향으로 아파트 6층에 자리하고 있다.

햇살이 좋아서 그런지 비둘기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살고 있다.

1년에 몇차례씩 새끼를 쳐나간다.

어느날 에어컨 실외기 위에 다정한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왜 노래가사에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이라 했는지 알 것 같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후로 알을 낳고 구구거리며 새끼를 낳아 기른다.

비둘기 똥 때문에 베란다 창문을 열지 못하지만 생명의 탄생이 신비롭고 아름다워 그냥 지켜보고 있다.

 

 

 

창문을 여니 경계의 눈빛을 띄더니 이내 안정을 찾는다.

 

 

 

알을 2개 낳았다.

 

 

이 녀석들 많이 자랐다.

 

 

 

 

 

벌써 이렇게 자랐다.

 

 

제법 자라 다 자랐다.

 

 

제법 또랑해졌다.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산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이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쫒기는 새가 되었다.

 

출전 : 현대시, 필수 아이템,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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