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22(토요일)
오늘은 양평을 둘러 보기로 했다.
집에서 7시에 나와 서울 논현동에 사는 여동생네 집에 들어 딸래미를 내려 주고
남편과 둘이서 양평으로 향했다. 딸래미는 이종사촌 동생들과 함께 롯데월드에서 즐겁게 놀기로 했다.
늘 함께하던 딸을 두고 오니 다소 허전하다. 용문사를 산길 따라 1km가량 걸어 가서 사진도 찍고 삼림욕도 즐겼다.
오는 길에 용문사에서 다소 떨어진 사나사에 들렀다.
마침 모란이 피어있었다. 그런데 소담하게 피어있는 게 아니라 다소 늦은 시기에 찾아 그만 꽃잎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마침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란 시가 떠올라 적어 본다.
모란
법당 앞 정원에 핀 모란
한때 아름답게 꽃 피웠다가 어느새 한 잎 한 잎 지고 있다.
군인아저씨들이 봉사활동을 나온 모양이다. 연등을 달았던 철사 등을 걷어 내고 있다.
여기저기 떨어져 누운 꽃잎들
지는 모습이 그리 추하지 않다.
꽃이 지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오늘의 이별을 슬퍼하지 말자.
돌틈사이에도 꽃잎이 져 시들어 있다.
완전히 꽃이 진 모습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金永郞)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서름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1934년)
시 맥락 읽기, 나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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