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겨울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으면서 날씨는겨울 못지않게 쌀쌀하다.
봄을 맞이하기 위한 막바지 추위가 한창인 어느 날 직원연수를 떠난다.
2월에 송별회를 겸해 직원연수를 떠난 것이다.
매해 1박 2일로 떠났었는데 올해는 당일치기 연수로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돌고 수원화성, 수원행궁을 둘러보기로 한다.
오늘 인사발령이 난다기에 인사이동이 있는 분들은 마음이 심란할 것이다.
나 또한 함께 했던 동료가 어디로 발령이 날 지 궁금하고 서운한 맘 그지없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순리인 것을......
남한산성을 걷는다기에 가벼이 생각하고 아무 준비도 없이 겨우 등산화 하나 신고 왔는데 눈이 내려 수북히 쌓여 있다.
카메라를 메고 이 길을 어이갈꼬?
먼저 간 동료 두 분은 아무래도 무리라며 그냥 내려오신다.
그래도 난 천천히 걸어볼란다.
눈 내린 남한산성길을 천천히 걷는다.
발 밑에 깔리는 눈이 그리 미끄럽지는 않다.
조용히 주위를 살피면서 사색에 잠겨 본다.
수북히 쌓인 눈길을 걷는다. 이 산성을 쌓기 위해 희생된 선조들의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아려온다.
이 길을 따라 천천히 남한산성 성곽길을 걸어 올라간다.
저 멀리 동료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걸음이 늦어 나중엔 앞 사람의 발자취를 잃어버려 혼자서 걸었다.
다정히 손 잡고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올라 본격적으로 성곽길을 걷는다.
일에 지치고 삶에 지쳐 내딛는 발걸움이 무겁다.
힘겹게 계단을 올라 뒤돌아 한 컷 찍어본다.
성곽 바깥도 구경하고 두루 살핀다. 이 분들은 여기까지 산행을 마치고 바로 하산하셨다.
길이 미끄럽고 장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는 까닭에......
발 밑에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는 소리 정겹게 들린다.
많은 이들이 밟고 간 흔적이 역력하다.
내 앞에 아무도 없다. 미끄러질세라 조심조심 걷는다.
눈 속에 주변 풍경은 운치를 더한다.
구불구불한 성곽의 모습이 아름답다.
파란 하늘 아래 빛나는 눈 쌓인 성곽길
참으로 멋스럽다.
빈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한때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을텐데.......
구불구불한 성곽의 담장 위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세상의 온갖 더러움을 감춘 채........
그 옛날 이곳에서 추위와 싸우며 적과 대치하였을 그분들의 넋을 위로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이 길을 걷는다.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
소나무 한 그루
온갖 풍상을 이겨냈겠지.
자연과 함께 그리고 이 성곽을 쌓았던 수많은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이 길을 걸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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