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을 찾아/전라도여행

[익산여행] 봄꽃으로 단장한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를 찾아

무지개_느티 2010. 4. 13. 23:39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라고 했던가?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를 찾으니 마치 고향에 온 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고결하신 님의 탄생과 성장, 생을 마감하기까지 함께 한 생가에 머무니 감회가 새롭다.

 

 봄의 전령이 가득 피어난 아름다운 이병기 선생의 생가 전경

개나리꽃도 진노랑으로 맘껏 자태를 뽐내고 멀리 살구꽃과 산수유가 아름다움을 더한다.

 

 

 탱자나무 가시 뾰족뾰족

오랜 세월 이 자리에서 묵묵히 님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으리라.

 

 봄엔 봄꽃이 여름엔 연꽃이 아름다움을 뽐내리라.

 

 물에 어린 그림자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파란하늘을 보며 명상에 잠시 잠긴다.

 

 뚝뚝 떨어져 누운 동백꽃은 떨어져 누워서도 선명함을 잃지 않고 자기의 색깔을 뽐낸다.

 

 마당가 백목련은 이제 막 피려하는데 우윳빛 고운 속살이 마냥 곱다.

 

 

 이곳에 서니 어릴 적 아버지 따라 명절에 가던 큰집 생각이 난다.

집 구조가 이 집과 흡사하다. 기와집이었지만 쇠죽을 끓이던 무쇠솥이 있었고, 사랑방엔 머슴 아저씨가 새끼를 꼬고, 윗목엔 볏가마니가 가득했던 그 곳.

잠시 시간이 정지된 듯 하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열심히들 작품 사진을 찍는데 초보자의 눈엔 '무엇을 건질까?' 감이 안 오네.

 

 명자나무꽃 사이로 언뜻 보이는 초가가 더욱 정겹다.

 

 

 

 장독대엔 우리 어머니들의 손길이 고이 묻어있는 정겨운 공간이다. 시시때때로 들여다 보며, 닦아 주고 햇볕도 쐬어 주고 정성껏 장독대를 관리하셨지.

그 정성 속에 된장은 노랗게 발효되고 고추장은 윤기가 나고, 간장은 더욱 짙은 색을 띄었지.

언제나 정겨운 장독대여!

 

 이 풍차는 어릴 적에 많이 보았던 물건이라 선뜻 눈에 들어온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동상 옆으로 올라가면 선생님의 묘소가 있는데 느림보라 올라가 보질 못해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이병기 선생의  묘소로 올라 가는 길

 

 봄꽃과 어우러진 생가가 더욱 정겹다.

                            

                                                                                                 난초

                                                                                                                                                                                   이병기


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 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르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