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여행] 어린 단종임금의 한이 서린 청령포는 추위에 꽁꽁 얼어붙고
청령포
영월을 몇 번 다녀갔는데 청령포엔 처음 와 본다.
딸래미 젖먹이였을 때 단양 구인사를 들러 영월에 있는 장릉까지 다년간 적이 있다.
그땐 한여름이었는데 8개월된 아이를 안고 장릉에 올라 갔었다. 그때도 청령포엔 가지 못했다.
그 이후 하계연수 때 청령포 입구에 도착하였는데 여름철이라 물이 불어 배가 갈 수 없어 코 앞에서 돌아서야만 했다.
그땐 지금처럼 동력을 이용해서 가는 배가 아니라 뗏목을 타고 청령포를 들어갈 때였다. 여기까지 와서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서야만 했던 때가 생각난다.
시댁이 제천이라 이곳에서 가까워 남편과 딸아이는 지난번 설명절에도 청령포를 다녀왔다고 하는데 나는 주방에서 음식을 장만하느라 갈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 직원연수를 영월, 태백 지역으로 가게 되어 매번 그냥 지나쳤던 청령포에 들르게 된 것이다.
멀리 청령포를 바라보니 소나무가 울창하고 물줄기가 휘돌아 나가는 곳이라 배가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유배지임이 실감한다.
때를 거슬러 올라가 시간여행을 하며 단종 임금의 애절한 사연을 문화해설사의 구수한 입담을 통해 들으며 잠시 상념에 잠겨본다.
어린 나이에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의 유배지로 서쪽은 육육봉의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고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섬과 같이 형성된 곳으로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고 전하는 노산대, 망향탑 돌무더기 등 슬픈 역사가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천연기념물 제349호로 지정된 ‘관음송’을 비롯하여 단종의 어가 주변에 조성된 크고 오래된 소나무림이 270° 돌아흐르는 서강과 어우러져 자연 경관이 뛰어난 명승지이다.
꽁꽁 얼어붙은 서강 건너 청령포가 나홀로 섬처럼 외로워 보인다.
문화해설사님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계신다. 역사적인 사건을 어찌나 구수하게 말씀해 주시는지 몰입해서 문화해설을 들었다.
청령포로 내려가는 길
영월 10경의 사진이 있어 영월을 둘러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많은 이들이 청령포에 들어가고 나오고 하는데 오늘은 배가 아닌 꽁꽁 언 강을 건너는 이색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얼음이 녹으면 이 배를 이용해 청령포를 드나들게 된다.
꽁꽁 언 강을 건너니 건너는 이들의 마음도 동심 속으로 빠져든다.
이번 겨울 추위가 얼마나 심했는지 얼음의 두께가 약 50cm정도 된다고 한다.
얼음을 즐기는 사람들
어렸을 적 동심으로 돌아가 놀던 느낌을 즐겨 본다.
자갈밭을 지나 송림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송림을 보호하느라 데크를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자연 그대로의 멋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해설사님에게 청령포에 얽힌 이야기와 단종임금의 애절한 사연을 듣고 있는 직원들
모두들 아주 모범적으로 문화해설을 듣고 있다.
해설사님의 입담이 구수해 모두들 경청하고 단종임금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마음 아파했다.
예전엔 신하가 임금 앞에 앉을 때 위의 사진처럼 했다고 한다. 정면에서 임금과 마주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곳은 궁녀들이 머물던 곳으로 어린 단종임금이 유배를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몰래 궁을 빠져나와 이곳에 기거하며 단종임금을 보필하고 단종임금이 세상을 떠나자 절벽에 치마를 뒤집어 쓰고 뛰어내렸다고 전한다. 부여에만 낙화암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곳에도 궁녀들이 뛰어내린 낙화함이 있단다.
관음송(천연기념물 제349호)
관음송(觀音松)이라는 이름은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지켜보았다고 해서 ‘볼 관(觀)’자를, 단종의 슬픈 말소리를 들었다하여 ‘소리 음(音)’자를 따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무의 껍질이 검은색으로 변하여 나라의 변고를 알려 주었다하여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귀하게 여기고 있다.
관음송은 모든 것을 간직한 채 오늘도 이곳을 지키고 있다.
노산대에서 바라보는 한양 방향
그 어린 단종은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마음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노산대
금표비
이곳 청령포의 구역을 나타내는 비로 임금이 머물던 성스러운 곳이니 함부로 범하지 말라는 표이다.
강 건너편에 있은 왕방연의 시조비
천만리 머나먼 길의
고운님 여희옵고
내 마음 둘 듸 업셔
냇가에 안쟈시니
뎌 물도 내 안 갓도다
울어 밤길 예놋다.
(시조비 사진으로 설 명절 전날 명절 음식을 장만하고 있는데 딸래미랑 남편이 여기를 갔다왔다는 증거물)
왕방연은 금부도사로 어린 단종임금을 죽이라는 명을 받고 이곳에 와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아 지체하자 같이 왔던 관리들이 빨리 사약을 내려 죽이기를 재촉하였다고 한다. 이 시를 지으며 죄없는 어린 임금을 죽여야만 하는 심정을 잘 나타낸 시이다.
왕방연은 단종임금이 세상을 떠나자 생육신처럼 사신 분이라 한다.
멀리 있는 왕방연의 시비를 줌으로 당겨 찍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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