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여행] 김주헌 촌장과 함께하는 외갓집체험-나무꾼체험
아주 오랫만에 나무꾼체험을 지켜본다.
한 30여년쯤 된 듯하다.
그땐 시골마을에서 주로 땔감으로 이용했던 것이 나무이다. 간혹 석탄을 때기도 했지만 농가의 땔감은 나무가 대신하곤 했다.
어머니께선 괴산군 청안면에 있는 시골초등학교로 발령받으신 아버지를 따라 10여년 간 시골에 사시면서 나무를 해서 때야만 했다.
나무할 할줄 모르셨던 어머니께선 주로 아카시아 어린 잡목이나 쑥대, 싸리나무 등을 해서 집에서 2km 정도 떨어진 산에서 나무를 해 머리에 이고 오셨다.
가끔은 싸리나무 등을 사서 때기도 했지만 거의 어머니께서 나무를 해서 때곤 하셨다.
한적한 산 속에 나무를 하러 가실 땐 무서우셨다고 나중에 말씀하셨다.
나는 혼자 나무하러 가시는 어머니를 따라 나무를 할 줄도 모르면서 어린 마음에 도와드린다고 나무 몇 개를 손으로 나르곤 했었다.
내가 서 있으면 무섭지 않더라고 하셨다.
오늘 아이들이 나무꾼 체험을 하는 걸 보니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려온다.
아이들은 재잘대며 신나게 산으로 향한다. 제대로 체험이 되려면 소나무 삭정이라도 잘라 보아야하는데 귀하게 자란 아이들이라 혹시라도 다칠까 저어되어 그냥 산에서 쓰러져 있는 나뭇가지를 줍는 걸로 대신한다.
모처럼 학교에서 벗어나 맘껏 뛰어다닐 수 있어서 그저 아이들은 신이난다.
지게를 진 폼이 엉성하긴 하지만 그래도 봐 줄만 하다.
아이들이 사라진 산 속을 따라 홀로 가 본다. 조용히 옛 생각에 잠겨 혼자 걷는 것도 재미있다.
멀리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걸 보더니 손을 흔들어 준다.
삼촌이라 불리는 분의 설명을 들으며 난생처음 해 보는 나무하기가 마냥 신기한 듯하다.
산 속에서 나무를 한다기 보다는 그저 쓰러져 있는 나뭇가지를 줍는다. 손에서 손으로 전달해 지게에 싣는다.
지게에 나무가 채워지고 무게가 제법 나가는지 재미있지만 힘들다고 한다.
예전 우리부모님 그리고 그 이전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 엔 농사짓고 나무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우리할머니께서는 내가 어릴 적에 우리집에 오셔서는 나무하고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보시곤 눈물을 지으셨다.
시어머니도 나무다발을 이고 살았는데 며느리마저 나무하는 고생을 시킨다며 눈물을 흘리셨던 기억이 난다.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이 이런 것인가 보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엄마가 많이도 힘들겠다 싶어 오빠, 동생과 함께 한겨울이면 강변에 나가 쑥대를 손으로 꺾어 불소시개 하시라고 꺾어다 드리곤 했다.
비록 어렵고 힘들게 살았던 시대지만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따뜻한 마음이 함께했던 시절이었다.
길 가엔 들깨를 털어내고 난 들깨가지가 놓여져 향긋한 들깨향이 났다. 한 개라도 더 주워 넣으려 바닥에 떠러진 나무를 줍는다.
이 나무를 주워다 밤에 쥐불놀이도 하고 미리 마련해 놓은 장작으로 화톳불을 놓아 감자도 구워먹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엉성한 나뭇짐이 꾸려졌다. 아이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이제 오던 길로 다시 가야한다. 아까보다 발걸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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