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스리는 글/좋은 글

흔들리는 것은-나희덕

무지개_느티 2009. 10. 14. 10:09

흔들리는 것은

                                                                                                   나희덕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 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새 끝에도

온기는 남아 있어

생명의 물기 한점 흐르고 있어

나는 낡은 담벼락이 되어 그 눈물을 받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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