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에서-정화영 山中에서 정화영 하늘이 하늘이 둘이라면 난 저편 하늘 아래 살고 싶소 봄눈 녹고 새 울음 높이 날면 총총총 청산에 들어 백이랑 숙제랑 너부시 살고 싶소 하늘이야 땅이야 어찌하던 옹달샘 맑은 물로 한모금 목을 추기고 화전이나 일구면서 그렇게 살고 싶소 출전: 비오는 날의 소고, 정.. 마음을 다스리는 글/좋은 글 2009.10.31
감꽃-김준태 감꽃 김준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마음을 다스리는 글/좋은 글 2009.10.23
흔들리는 것은-나희덕 흔들리는 것은 나희덕 저 가볍게 나는 하루살이에게도 삶의 무게는 있어 마른 쑥풀 향기 속으로 툭 튀어오르는 메뚜기에게도 삶의 속도는 있어 코스모스 한 송이가 허리를 휘이청 하며 온몸으로 그 무게와 속도를 받아낸다 어느 해 가을 인들 온통 흔들리는 것 천지 아니었으랴 바람에 불려가는 저 잎.. 마음을 다스리는 글/좋은 글 2009.10.14
식민지의 국어시간-문병란 식민지의 국어시간 문병란 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 20리를 걸어서 다니던 소학교 나는 국어 시간에 우리말 아닌 일본말, 우리 조상이 아닌 천황을 배웠다. 신사참배를 가던 날 신작로 위에 무슨 바람이 불었던가 일본말을 배워야 출세한다고 일본놈에게 붙어야 잘 산다고 누가 내 귀에 속삭였던가. 조상.. 마음을 다스리는 글/좋은 글 2009.10.07
결혼 기념일 이 작품은 내 어머니께서 서예를 시작하시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집들이 기념으로 써 주신 작품이다. 지금도 우리집 거실에 걸려있다. 결혼기념일 정화영 우리가 서로를 알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고뇌하고 우리가 하나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날들을 가슴앓이 했던가 하늘과 땅이 맞닿아 천.. 마음을 다스리는 글/좋은 글 2009.09.26
엄마의 런닝구-배한권 엄마의 런닝구 작은 누나가 엄마보고 엄마 런닝구 다 떨어졌다. 한 개 사라 한다. 엄마는 옷 입으마 안 보인다고 떨어졌는 걸 그대로 입는다. 런닝구 구멍이 콩만 하게 뚫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 대지비만 하게 뚫어져 있다. 아버지는 그걸 보고 런닝구를 쭉 쭉 쨌다. 엄마는 와 이카노. 너무 째마 걸레도 .. 마음을 다스리는 글/좋은 글 2009.09.03
감자밭-정화영 안성 칠장사 가다가 길가에 핀 감자꽃이 하도 예뻐서 담아 보았다. 감자밭 정화영 씨감자 서너개 들려주며 잘가거라 손 흔들어주던 어머니 씨감자는 어미 감자되어 따비밭 이랑마다 가득한데 어머니 숨결 아니머물고 흰 꽃 자주 꽃만 애처로이 피었다 지는구나. 출전: <비오는 날의 소고>, 정화영, .. 마음을 다스리는 글/좋은 글 2009.08.28